SEONGSAN BIOETHICS RESEARCH INSTITUTE

생명윤리 자료실

해체되어 가는 한국 사회

작성자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작성일
2020-02-17 17:44
조회
935
해체되어 가는 한국 사회

해체되어 가는 한국 사회

2020-01-04  By WORLDVIEW



월드뷰 01 JANUARY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

글/ 이상원(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급속하게 해체되어 가고 있다. 구한말, 일제 36년 강점기, 6·25 전쟁 등을 겪는 동안 절대 빈곤 국가였던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기를 거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을 통하여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올라서고, 1948년 건국 이후에 동아시아 삼국 가운데 가장 발전된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했다. 또한 종교적으로는 폭발적인 기독교의 부흥을 경험하는 등 빠른 속도로 발전되어 왔으나, 지금 급속한 해체의 징조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해체는 세계적인 시대사조의 변화 특히, 서구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사조의 변화와 깊이 맞물려 있다. 한국 지성계를 주도하는 지식인들이 주로 북미와 서유럽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통하여 서구의 시대사조가 한국 사회에 들어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구 사회 해체는 한마디로 말하면 절대적 신적 규범을 신봉해 온 기독교 문화권을 해체 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바, 이 해체 운동은 르네상스에서 시동이 걸렸고, 칸트에 의하여 철학적인 이론적인 배경이 깔렸으며, 20세기에 들어와서 실천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미시적인 시대사조와 거시적인 시대사조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전개되었으나 기존 사회 구조를 해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일치한다.

미시적 차원에서는 도덕적인 판단은 이성적 추론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적인 직관이라고 파악한 직각론이나 정서론, 단어의 의미에 대한 초미시적인 끝없는 분석에 함몰되어 버린 언어 철학과 분석 철학, 실재는 보편적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순간적인 실존적 사건이라고 파악한 실존주의 등은 형이상학에 있어서의 진리 판단, 그리고 윤리학에 있어서의 규범 판단의 영역에서 보편적 진리와 보편적 규범을 해체시켰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마르크시즘과 신마르크시즘이 사회 구조 해체를 주도했다. 마르크시즘은 경제적 평등의 기치를 내세우면서 혁명을 통한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해체를 주장했는데, 이 해체에는 사회의 법률, 도덕, 종교의 해체가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사회의 상부 구조들은 모두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 및 경제적 이익을 위장한 집단들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1992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상징적인 사건으로 하여 공산주의 계획 경제가 무너지면서 마르크스주의가 사멸된 것으로 속단했으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마르크스주의는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사상 곧,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을 본능적인 욕구인 성욕을 억압한 데서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 억압 – 기독교적 성 윤리 – 으로부터 성욕의 해방을 말한 프로이트의 성 심리학에서 모티브를 얻어 부르주아 계급의 자리에 이성애자들의 집단을 치환시키고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자리에 동성애자들의 집단을 핵심으로 하는 젠더주의자들을 치환시킨 다음, 마르크스주의의 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인 신마르크스주의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등장했다. 신마르크스주의는 시민들을 성애화 시킴으로써 보편적인 질서로서의 이성애, 이성애에 기반 한 가족 구조, 이성애의 보편적 규범성을 강조하는 교회와 신학을 해체시키고자 한다.

서구에서 유입된 시대사조의 영향을 받아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도 해체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신학의 영역을 보면 명문 기독교 종합대학으로 출발한 Y 대학교와 E 대학교 신학 계열 학과를 비롯하여 자유주의 전통의 신학 기관들의 경우, 성경 비평학을 전면적으로 수용한 결과 성경 말씀 한 절 한 절이 성령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교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오류가 없는 말씀이라는 성경관이 이미 심각하게 무너져 버렸다. 이 기관들은 성경을 고대 이방 문헌들을 짜깁기하여 편집한 고문서로서 원시적이고 오류로 가득 찬 고대 문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폄하한다. 성경관의 붕괴는 곧바로 절대적 진리 체계와 규범 체계의 붕괴를 낳았다. 구원은 기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다른 종교들에도 있다는 종교적 다원주의, 절대적인 규범 체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규범은 상황과 인간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상대주의 윤리가 상기한 신학교들을 장악했다.

성 윤리와 성교육의 현장은 보편적 규범 체계의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현 정부가 젠더 평등 사회 구현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면서부터 집요하게 추진해 온 젠더주의는 이성애적 성 윤리를 해체한다. 젠더주의에서는 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결정되고, 성관계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결혼 역시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이 질서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젠더주의자들은 성은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며, 성관계도 구태여 이성으로 제한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결혼의 대상도 이성으로 제한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모든 권력 기관들을 총동원하여 동성애 합법화를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고,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성교육을 젠더 교육으로 전환시켰다. 청소년들의 성애화는 곧바로 가족들 간의 유대관계의 약화로 이어지고 부모의 강력한 규범적 보호로부터 해방된 청소년들은 쉽게 국가의 이념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젠더주의의 중심에는 급진적인 페미니즘이 자리 잡고 있는데, 급진적인 페미니즘은 마르크스주의와 전략을 공유한다. 급진적인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일부 여성들은 결혼과 육아를 하나님의 축복이 아니라 “여성의 노예화”로 규정하고 이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함으로써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족 구조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의료의 영역에서는 강자의 행복 추구권과 자기 결정권을 절대화시킴으로써 생명의 절대적 존엄성이 상대화되고, 인간 생명이 공리주의적 가치 추구의 희생물로 전락하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생명의 시작점으로서 다른 어떤 시점보다도 절대적으로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낙태, 배아 줄기세포 추출 등에 뒤따르는 경제적 이득에 눈이 먼 과학자들과 의료인들의 강력한 압력에 밀려 헌법재판소는 수정 후 22주까지의 낙태를 합헌으로 판결하여 법적으로 광범위한 태아 살해의 길을 열어 놓았다. 이로 인하여 살아 있는 아기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의미하는 배아줄기세포 추출, 낙태, 시험관 수정, 응급 피임약 등이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하나님의 실재를 고의적이고도 철저하게 배제한 유물론적인 진화론이 생물학계를 비롯한 과학계를 장악하고 또한 사회의 전 영역을 진화론화해 왔는데, 최근에는 유신 진화론이라는 교묘한 형태로 기독교계 안에 침투하여 기독교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유신 진화론은 이신론적 사고와 진화론을 결합한 매우 교활한 우주 해석 체계로서 진화론보다 더 위험한 가설이다. 유신 진화론은 진화론보다 창조론에 대하여 훨씬 더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한국에서는 창조론의 학문적 전개를 앞장서서 방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프란시스 쉐퍼.

정치의 영역에서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해체 시키고 사회주의 국가로 사회 구조를 변경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감지된다. 국가 정책에서 자유라는 문구를 의도적으로 삭제한다든가, 국민이라는 단어를 인민이라는 단어로 슬그머니 교환하는 시도를 하는 데서도 이런 의도가 엿보이지만, 권력 핵심부에 포진하고 있던 어떤 인사가 자신의 논문을 통하여 법사멸론을 주장한 것에서 이런 의도가 결정적으로 확인된다. 법사멸론이란 현행 법체계는 자유 민주주의의 입장에서 만든 것이므로 해체시키고 인민의 자율적인 규범에 의한 통치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인사는 이제는 한국에서도 마르크스주의가 태동할 때가 되었으며, 김일성 주체사상을 한국 사회 구조 형성의 기틀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하였다.

경제의 영역에서는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흔들고자 하는 시도들이 감지되고 있다. 최저임금제 도입이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은 대학교수 고용 정책인 대학의 강사법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강사법의 취지는 피상적으로 보면 나무랄 것이 없어 보인다. 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여 4대 보험을 들어 주고, 한 번 채용하면 일정 기간 동안 강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방학 중에도 월급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사법은 강사들의 현실을 무시한 고용법이다. 지원자 수의 급감으로 대학의 재정이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강사들에게 이와 같은 대우를 해 주면 대학은 인건비 때문에 재정 파탄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을 우려한 대학들은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의 강사들을 쓸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많은 소장 학자들이 졸지에 실업자로 나앉았다. 강사법이 없었을 때는 공부를 마친 젊은 학자들에게 대학의 필요에 따라서 적절하게 강의도 맡기고, 이들의 어려운 형편을 고려하여 강의 자리도 만들어 주는 여지가 있었다. 젊은 학자들도 비록 전임이 되지는 못해도 몇 대학의 강의를 맡으면 그런대로 생활을 하면서 기회를 기다릴 수 있었다. 강사 채용을 대학 자율로 맡겨 두었더라면 훨씬 더 많은 강사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한 강사법은 강사 세계를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체를 차단하는 길은 보편적 절대 진리와 절대 규범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의 힘과 지혜로 보편적 절대 진리와 절대 규범의 회복이 가능한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 철학자가 헤겔(George W. F. Hegel) 이었다. 헤겔은 죽는 날까지 인간의 이성을 통하여 보편적 진리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철학자였다. 보편적 진리에 이르지 못할 때 현실 속에서는 정의 명제와 반의 명제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헤겔은 이성의 힘을 통하여 정의 명제와 반의 명제 간의 갈등을 지양하고 합의 명제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합의 명제에 도달한 순간 곧바로 이에 반하는 반의 명제가 생성되고 이를 통합하기 위한 지양의 작업이 다시 시작되는데 이 작업은 무한히 반복된다. 이 말은 이성을 통하여 합의 명제에 이르는 길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C.S. 루이스.
절대 진리로부터라야 나올 수 있는 절대 규범은 우주 안 그 어느 곳에나 계시면서도 우주 전체보다도 크신, 살아 계신 인격적 존재인 하나님으로부터가 아니면 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실재에 대한 믿음의 회복이 없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체 작업을 궁극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힘은 없다. 이것이 바로 쉐퍼(Francis Schaeffer)와 루이스(C.S. Lewis)가 현대 문화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유물론(materialism)으로 파악하고 유물론 비평에 천착했던 이유다. 유물론은 하나님의 실재를 전제하지 않고 모든 일을 처리하겠다는 태도를 의미한다. 특히 쉐퍼는 일찍이 그의 책 A Christian Manifesto(기독교인의 선언)에서 사무엘 러더포드(Samuel Rutherford)의 명제 곧 “(하나님으로부터 오는)법이 왕이다”라는 명제를 포기하면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 할지라도 공산국가와 다름없는 독재국가로 변질될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민의 자율 규범의 통치라고 부르던, 아니면 세속적인 자유 민주주의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 다수의 일반 의지라고 부르던, 별다른 차이가 없는 이유는 다수의 의지는 실질적으로는 소수의 권력, 경제, 과학 엘리트에 의하여 조작된 의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살아 계신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절대 진리는 인간 세상은 죄악과 죄악의 비참한 결과에 장악되어 있으며, 이 비참한 결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대속의 길뿐이라는 것이다. 대속의 공로에 근거하여 역사 안에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유일한 이상 사회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을 통하여 이 이상 사회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하나님은 이 절대 진리에 근거하여 창세로부터 종말의 날까지 인류가 준수해야 할 절대적인 규범을 주셨다. 온 세상의 운영을 위하여 주신 창조 질서가 바로 그것이며, 동시에 이상 사회인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에게 생활 원리로 주신 율법 – 사랑의 대강령, 황금률, 십계명, 성 윤리 규범 – 이 또한 그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공로를 통한 구원의 길, 이 길을 통하여 역사 안에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이 주시는 절대적인 규범들인 창조 질서와 도덕법을 마음에 간직한 자들만이 이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를 바르게 진단하고, 해체되어 가는 것을 차단하며, 건강하게 세워 가는 일을 담당할 수 있다.

<swlee7739@hanmail.net>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한 후에 미국 웨스트민스트 신학교(Th. M.)와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 D.)를 졸업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로 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와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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