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NGSAN BIOETHICS RESEARCH INSTITUTE

생명윤리 자료실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의 복음주의 생명 운동(2)

작성자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작성일
2020-01-16 15:38
조회
717








  • 이상원
  • 승인 2020.01.16 02:53





II. 생명윤리 사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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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 윤리학 교수)
쉐퍼의 생명윤리 사상은 그의 전집 5권 3부, Whatever Happened to the Human Race? 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생명의 시작과 관련된 문제로서 낙태와 영아살해, 그리고 생명의 마지막과 관련된 문제로서 안락사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서구문화는 인간의 생명의 신성함을 특별하게 중시해 온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서구의료계는 20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진 히포크라테스 서약을 골간으로 하여 인간 생명의 신성함을 강조해 왔는데 , 1948년 세계의학협회의 제네바선언은 잉태의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에 대한 지극한 존경심을 표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그 전통이 구체적으로 계승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971년에 피츠버그대학교가 의과대학 졸업생 서약 문서를 히포크라테스 서약으로부터 제네바선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잉태의 순간부터”라는 어구를 빼 버렸다. 같은 일이 토론토 의과대학에서도 일어났다. 이 사건은 서구사회에서 인간의 생명이 소홀히 평가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는 태도가 히포크라테스 서약과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태도가 활짝 꽃필 수 있었던 것은 유대/기독교적 세계관이 서구를 수세기 이상 지배하면서부터였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을 독특한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기독교인들은 낙태와 유아살해를 살인으로 간주했는데, 이와 같은 기독교인들의 태도는 낙태와 유아살해를 시행했던 로마의 문화와는 대조적인 것이었다.

서구사회에서 인간의 생명이 소홀히 취급되기 시작한 계기는 서구사회가 유대/기독교적 토대를 떠나서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삼는 인본주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인본주의는 인간을 비인격적인 우주 안에서 우연하게 생겨난 결과물로 파악한다. 인간의 두뇌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컴퓨터보다 나을 것이 없는 존재로 파악된다. 따라서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하여 구태여 형이상학이 동원될 필요가 없다. 유물론적인 인간관은 인간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 인간들의 가치를 극적으로 떨어뜨리게 된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독특한 존재임을 강조하는 성경의 가르침을 포기하면 인간을 잘 대해줄 수 있는 근거가 상실되고 온갖 형태의 비인간적인 행위와 태도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게 된다.

이 변화가 제일 먼저 감지된 곳이 법의 영역이다. 법의 토대 역할을 담당했던 기독교적인 합의가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은 자의적이고 사회학적인 법뿐이다. 역사의 어느 순간에 다수의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법이 된다. 그런데 다수의 시민들의 의견은 현재적인 사회학적이고 경제적인 선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소수 엘리트들에 의하여 지배당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다수의 법은 사실은 소수 엘리트 관료들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제정된다.

또 하나의 변화는 생명공학의 이름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만일 우연히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유전자 형태들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더 우월한 자질을 갖춘 존재로 변화시키기 위한 유전자조작실험 대상으로 인간을 이용하지 말아야 할 하등의 이유는 발견할 수 없게 된다. 이때 인류는 일부 인사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자의적으로 개조될 위험에 노출된다. 다시 말해서 인류는 이른바 사회생물학의 조종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회생물학은 인간은 유전자의 구성에 따라서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유전자는 번성하는 종의 유전자 풀을 유지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인간은 유전자가 유전자 구조를 살아 있게 하고 미래에도 번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최선이라고 알고 있는 그 일을 행한다.

사회생물학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원주의적인 유전자 결정론을 낳는다. 곧, 모성애, 우정, 법, 도덕이 모두 유전자의 작용의 산물로 환원되어 버린다. 따라서 유전자만 조작하면 생물학의 영역의 문제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모든 문제들까지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일단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관을 포기하면 온갖 유형의 비인간적인 행태를 통제할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낙태, 유아살해, 안락사, 아동학대, 포르노, 정치범고문, 범죄율의 폭발적인 증가, 무차별 폭력 등을 묶어 놓았던 고삐가 풀려 버리게 된다.

 

II-a. 낙태

낙태는 기독교적 인간관이 유물론적 인간관으로 전환되면서 생명윤리 영역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폐해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1973년 미국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사건”과 “두 대 볼톤” 사건에 대하여 판결을 내리면서 헌법에는 새로운 인권 또는 자유, 곧 어느 때든지 여성이 낙태를 시행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낙태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대법원은 사적인 권리에 대하여 전적으로 새로운 해석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주에 있는 낙태규제법을 무효화시키는 초법적인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다. 1977년에는 임산부가 요구하는 낙태시술에 납세자의 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의도로 입법 발의된 하이드 개정안의 상정이 의회의 실무자들에 의하여 번번이 저지당했다. 현대 미국사회에서는 일종의 정신분열적인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소아과 의사들이 신생아실에서 조산아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최대한의 소생치료와 지지치료를 실시하고 있는 동안 같은 병원 안에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상태아들 그리고 때로는 조산아 보다 더 큰 태아들을 정례적으로 죽이고 있었다.

낙태문제를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것은 태아도 인간인가의 여부다. 이 질문에 대하여 쉐퍼는 수정란이 형성된 시점부터 인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실하게 유지한다. 23개의 염색체를 지니고 있는 정자는 살아있고 난자를 수정시킬 수 있지만 또 다른 정자를 만들지 못한다. 정자와 동일하게 23개의 염색체를 지니고 있는 난자도 다른 난자를 만들지 못한다. 그런데 일단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서 하나의 세포가 되면 그때부터 46개의 염색체를 지니게 되고 이 하나의 수정란 세포는 방해받지만 않으면 인간으로 자라나는데 필요한 DNA의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수정란 시점부터 인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쉐퍼의 입장이다.

쉐퍼는 낙태가 얼마나 잔인한 살해방식인가를 실감하도록 하기 위하여 몇 가지 낙태 방법을 소개한다.

(1) 소파수술(D & C dilation and curettage)은 임신 12-13주경에 시행하는 수술로서 자궁경부를 넓힌 다음 큐렛을 집어넣어 자궁내벽을 긁어 태아의 몸을 산산조각내고 자궁벽으로부터 떼어낸 태반과 함께 긁어낸다. 상당한 출혈이 동반된다.

(2) 흡인낙태법(suction abortion)은 자궁경부를 넓힌 다음 튜부를 집어넣어 자라고 있는 태아와 태반을 산산 조각낸 다음 통 속으로 빨아들인다.

(3) 염수낙태법(saline abortion, salting out)은 임신 16주 후에 시행하는 방법으로서 소금물을 양수에 주입하여 태아의 허파와 위장에 들어가게 한 뒤에 삼투압현상으로 태아의 피부를 태워 죽이는 방법이다.

(4) 자궁절개술(hysterotomy)은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 방법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으로서, 제왕절개 수술과 똑같은 방식으로 태아를 꺼낸 뒤에 죽어 가도록 방치해 두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자궁절개술을 이용할 때만이 태아가 산 채로 나오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염수낙태법을 이용할 때도 태아가 산 채로 나오는 경우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5) 호르몬제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이용하여 낙태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호르몬은 낙태를 유도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다른 기능도 하지 않는 호르몬이다. 좌약 형태로 사용되는 이 약제가 임신 6개월 무렵에 사용될 경우에는 태아가 산 채로 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도 쉐퍼는 낙태관행이 끼치는 부작용들을 열거함으로써 경종을 울린다.

(1) 먼저 쉐퍼는 낙태가 끼치는 교육적 효과, 곧 미끄러운 경사면 논증의 효과를 지적한다. 쉐퍼는 1975년 서독 대법원이 12주 안의 태아 낙태를 용구한 사건에 대하여 “만일 3개월 이내에 있는 태아에 대한 낙태를 허용하면 3개월 이후에 며칠 더 태내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낙태를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이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요구 기각 이유를 타당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2) 낙태와 성도덕문란의 상호 악순환, 최근의 성도덕, 성적으로 관대한 생활습관, 가족의 붕괴 등이 낙태를 요구하며, 낙태가 허용되면 이런 관행들이 가속화된다.

(3) 낙태를 시행할 경우에 임산부에게는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부작용들이 뒤따른다. 낙태를 하고 난 이후에 임산부들은 낙태로 잃은 아이에 대하여 본능적인 모성애를 느끼며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낙태에는 의학적인 신체적 부작용이 뒤따른다. 낙태 후에는 자연유산율, 사생아, 성병, 매춘, 임질에서 오는 골반염증, 불임, 자궁 외 임신, 조산율 등의 증가가 뒤따른다.(계속)
미주

1) 이 부분은 이상원,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 세계관과 윤리』 (서울: 살림, 2010), 119-35를 토대로 재 서술한 것이다.

2) 니겔 캐머런은 제네바 선언이 “신 앞에서의 서약”으로부터 인간 자신의 결의를 밝히는 “선언”으로 바뀜으로써 의료행위를 신으로부터 유리시킨 세속화가 서구의료의 문제의 시발점이었다고 해석하였다. 니겔 캐머런, 『기독교 의료윤리』 (서울: 횃불, 1993), 96-97.

3) 히포크라테스 서약에 있는 다음 문단을 보라.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의거하여 환자들에게 유익한 치료방법을 따를 것이며, 환자들에게 해롭고 불행을 가져오는 모든 치료를 거부할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든지 설사 요청이 있더라도 치사에 이르게 하는 약제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어떤 권고도 제안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나는 여성에게 낙태를 유발시킬 어떤 수단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4) 쉐퍼가 유물론으로 인하여 야기된 미국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낙태문제 하나로 환원시켜 버렸다는 웰즈의 주장은 쉐퍼를 곡해한 것이다. Ronald A. Wells, “Schaeffer on America.” Reflections on Francis Schaeffer, Ronald A. Ruegsegger ed. (Grand Rapids: Academie, 1986), 237. 쉐퍼는 유물론적 세계관으로 말미암아 야기된 많은 문제들 가운데 하나의 예로서 낙태 문제를 다루었을 뿐이다.

5) 제시 잭슨(Jessie L. Jackson)은 생명의 권리보다 사적인 권리를 더 중시하는 것이 바로 노예제도의 전제라고 비판 한다(Schaeffer, A Christian Manifesto, 505.

6) 미끄러운 경사면 논증(the slippery slope argument)이란 한 번 내리막길에 자동차 바퀴가 들어서기 시작한 이후에는 자동차가 걷잡을 수 없이 굴러 내려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한 가지 사례에 어떤 원리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을 허용하면 같은 원리가 비슷한 모든 사례들에 확대 적용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7) Schaeffer, Whatever Happened to the Human Race?, 295.

이상원  swlee77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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